고창복분자 베리팜, 복분자 먹거리 (중앙일보 기사)

천혜 자연에 반한 귀농인도 늘어

요즘 고창에는 귀농인이 부쩍 늘었다. 지난해만 해도 고창군에 귀농·귀촌한 인구는 370가구, 1012명이나 된다. 지난해 전국 귀농·귀촌 가구(1만503가구)의 4%에 가깝다. 박필재 계장은 “고창은 경작 면적이 타 지역에 비해 넓은 편이라 먹고살 걱정이 적다”며 “올해는 고창에 정착하는 인원이 1500명 정도 될 것”이라고 내다봤다.

고창에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에는, 때 묻지 않은 자연이 한몫했다. 1년에도 수차례 길을 포장하느라 바쁜 시대에 옛 사람이 걷던 황톳길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고창이다. 고인돌 군락지에서 서해 갯벌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은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돼 ‘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 길’(총 4코스)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. 구암마을을 지나는 2코스 ‘복분자·풍천장어길(7.8km)’은 푸근한 경관이 압권이다. 인천강과 기암절벽을 따라 난 둑길 양쪽으로 향긋한 복분자와 부채처럼 펄럭이는 담배밭이 펼쳐졌다. 구암마을 아낙들은 길가에 핀 민들레·질경이를 뜯어 그대로 나물을 무치고 차도 끓였다.

복분자를 이용한 재미난 아이디어를 내는 이들은 대개 귀농인이라고 한다. 공음면에서 ‘베리팜 영농조합법인(berryfarm.kr)’을 운영하는 박재숙(42)씨는 올해로 귀농 7년차다. 아산면에 복분자 판매장을 따로 둔 그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복분자즙을 첨가한 복분자 떡갈비(6000원)며 복분자 칼국수(조기탕과 세트로 7000원) 등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었다.

하루 100통 분량의 수박으로 초대형 얼음그릇 화채를 만들 계획이라는 축제 자리에서도 톡톡 튀는 복분자 먹거리가 마련돼 있다. 게임을 즐기며 복분자 주스·가래떡·초콜릿 등을 체험할 수 있다. 고창 대표 명주 복분자주를 무료 시음하는 자리도 준비됐다. 93년 설립된 고창 복분자주의 원조 ‘고창 명산품 복분자’와 고(故) 정주영 회장이 방북 선물로 가져갔다는 ‘선운산복분자주흥진’ 등 9개 복분자주 업체가 참여한다.